[국민일보 인터뷰] 김형민 대학연합교회 목사 "여성목사 인정 분위기 만들어야" (2015.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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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6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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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연합교회 김형민(54) 목사는 국내 대표적인 여성목사를 꼽을 때마다 빠지지 않는 인물이다. 15년 전 서울 광진구 건국대에서 ‘깡통(컨테이너)교회’를 개척한 그는 서울시립대 국민대 경희대, 호주 맥쿼리대, 폴란드 바르샤바대 등 국내외 대학 17곳에 교회를 일궜다. 학원선교를 주축으로 청·장년 목회를 펼친 그는 다음세대에게 신앙과 경건생활을 전수하는 어린이·청소년 사역 ‘카타콤 제너레이션’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서울 송파구 자택 근처에서 김 목사를 만났다. 목회 성과를 소개할 땐 시종일관 겸손한 자세를 유지하면서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하지만 일부 성경구절을 내세우며 여성목사를 인정하지 않거나 제대로 대접하지 않는 한국교회의 현실을 말할 때는 단호한 어조로 조목조목 지적했다.

“국민일보와 인터뷰하러 나오기 전 기도하는데 눈물이 많이 났습니다. 여성목사 안수제를 도입한 지 50년이 넘었지만 얼마나 많은 여성목사들이 열악한 조건에서 사역하는지 모릅니다. 하루속히 한국교회도 여성 목회자를 남성 목회자와 동등한 사역자로 인정하는 풍토로 바뀌어야 합니다.”

◇기독교 핵심은 사랑, 성차별은 하나님 뜻 아냐=그는 한국교회에서 여성 목회자 차별을 없애기 위해선 성차별적 성경해석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여성목사 안수 반대론자들이 자주 인용하는 고린도전서 14장 34~35절, 디모데전서 2장 11~12절의 바른 해석을 위해 성경의 맥락을 짚어 설명했다(표 참조).

“고린도전서 14장에서 바울은 예배 질서에 대해 설명합니다. 34절에서 ‘여자는 잠잠하고 말하는 걸 허락하지 않는다’는 표현은 예배시간에 수군대는 여인들을 두고 한 말입니다. 당시 여성의 교육 수준이 대체로 낮아 수시로 질문함으로써 예배 흐름을 끊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교회에서 말하지 말고 집에 가 남편에게 물으라’(35절)고 한 것이죠. 디모데전서는 이단 사설(邪說)에 빠진 이들을 경계하는 내용으로 쓰였는데 특히 2장은 미혹된 여성에 대해 설명합니다. 이 여성들이 가르치는 걸 바울이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기독교 신앙의 핵심은 차별이 아니라 사랑입니다. 성경 몇 구절을 가지고 교회에서 여성 차별을 합리화하는 건 굉장히 외곬적(single-minded) 해석입니다.”

김 목사는 창세기 2장 20절에 나온 ‘돕는 배필’이란 표현을 들어 여성을 부수적 존재로 정의하는 입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남녀 모두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어졌습니다. 어느 한 쪽만 돕는 존재로 창조됐다면 하나님 형상에 열등함이 있다는 의미겠지요. 베드로전서 2장 9절은 ‘너희는 택하신 족속이요 왕 같은 제사장’이라고 말합니다. 여성도 하나님 백성으로 남성과 동등하게 제사장처럼 일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형상인 남녀를 서로 비교하고 차별하는 건 어리석은 짓입니다.”

◇건강한 여성 목회자 양성 “한국교회 제2의 부흥 견인하자”=김 목사는 차별 철폐를 위해 여성 목회자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여성할당제 등 제도적 장치 마련도 중요하지만 목회 현장에서 능력을 증명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교회의 여성 지도력 증진을 위해선 여성들 스스로 소리를 내는 게 중요합니다. 여성을 부목사로 안 불러준다고요? 교회를 개척하면 됩니다. 여성 목회자 수천 명이 개척해 당당히 목회해 보세요. 누가 무시하겠습니까. 힘들지만 여성들은 동료 남성 목회자들보다 더 치열하게 목회하고, 말씀으로 승부를 보는 뛰어난 설교자가 돼야 합니다. 목회 현장에서 영성과 지성으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합니다.”

여성 목회자간 연대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남성 목회자와 동등하게 인정받으려면 여성 목회자들이 한목소리로 교회의 차별에 맞서야 한다는 게 이유다.

“이 땅에서 빛도 이름도 없이 일해도 괜찮습니다. 하나님은 여성 목회자라고 차별하지 않으실 테니까요. 하지만 한국교회 전체를 볼 때 남성 중심의 목회는 효율적이지 않습니다. 성도 절반 이상이 여성이지만 여성목사가 지도자로 올라설 수 없는 작금의 현실은 교회에서 여성 인재를 양성할 수조차 없는 구조입니다. 침체된 한국교회에 제2의 부흥이 일어날 수 있도록 건강한 여성 목회자들이 목소리를 합하고, 또 기도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