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쿠키뉴스] 바이블시론-김형민: 다시 빛 앞으로 가야합니다 (2014.5.2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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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6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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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의 슬픔 속에도 정말 세월은 빨리 간다. 잔인한 4월을 뒤로하고 푸르른 5월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이 있는 가장 마음 따뜻한 5월이 시작됐다. 하지만 어린이날 행사를 대폭 축소한다는 뉴스도 있다.

얼마 전 우리 교회에서도 부활절 행사를 하지 말자는 소수의 의견이 있었지만 원칙대로 행사를 치렀다. 양심이 예리하고 착한 마음을 가진 새 가족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먼저 하나님의 뜻을 물어보기로 했다.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돌리라”는 말씀을 주셨다. 사람에게 해야 할 것은 사람에게 하고, 하나님에게 할 것은 하나님에게 해야 한다는 성경 말씀이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어려움을 돕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하나님께 올려야 할 경배조차 내려놓는 것은 참 겸손이라고 볼 수 없다. 그것이야말로 세상에 아부하는 것이고 교회의 역할을 스스로 잃어버리는 것과 같다. “아무도 자기를 속이지 말라 너희 중에 이 세상에서 지혜 있는 줄로 생각하거든 미련한 자가 되어라. 그리하여야 지혜로운 자가 되리라”하신 말씀을 교회는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전 3장 18절)

세월호 참사와 교회의 사명

우는 자와 함께 울고, 웃는 자와 함께 웃는 것이 교회의 사명이요 하나님의 뜻이지만 교회는 어디까지나 빛과 소금이어야 한다. 고통 받는 자, 슬픈 자, 약자들과 더불어 가야 하는 것이 교회이지만 그들을 적극적으로 빛 가운데로 이끌어주어야 하는 것도 교회의 사명이다. 침묵할 때와 담대히 말해야 할 때를 구별해야 국가의 난제 속에서 멘토의 역할을 바로 감당할 수 있다.

지금은 위로해야 할 때이지만 동시에 이 국가가 그리고 국민이 빛 앞에 서야 한다고 담대하게 말해야 한다. 거짓 희망을 주자는 것이 아니라 진정 국민을 위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빛이야말로 어두움을 삼키고, 슬픔을 삼키고, 앞길을 터준다. “하나님은 빛이시라!”

우는 자와 함께 울어야 할 때

대한민국 전체에 어둑한 구름이 가득하다. 지금 대한민국엔 큰 슬픔이 있지만 애통함이 비통함으로 가서는 안 된다. 더욱이 국민들이 절망으로 가게 해서도 안 된다. 언론은 경쟁하듯 굳이 알지 않아도 되는 불필요한 정보들을 국민들에게 쏟아붓고 있다. 국민이 알아야 될 권리도 있지만 알지 않아도 되는 권리가 있다. 허탈과 우울, 자책과 정죄감 등 많은 국민이 심리적 질병을 앓고 있다.

지금 세상은 교회가 필요하다. 언론은 호기심을 채워줄 읽을거리를 매일 공급해 주어야겠지만 교회는 언론과 함께 흥분해서는 안 된다. 교회는 지도자다. 어머니다. 유가족들이 어두움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울분을 가라앉힐 수 있도록 다독여야 한다. 적어도 상처에 딱지라도 앉을 만큼의 시간이라도 벌어주어야 한다. 어차피 망자들이 돌아올 수 없는 지금의 현실이 아닌가.

교회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어머니처럼 놀란 가슴과 타들어가는 듯한 가슴들을 쓸어 어루만져주어야 한다. 최근 TV를 보면 유족들의 슬픔과 같이하는 심정으로 방송인들이 검은 옷을 입고 나온다. 참 잘하는 일이다. 하지만 옷보다 중요한 것이 ‘말’이라고 생각할 때 방송인들도 자극이 되는 말들은 좀 더 신중해야 한다. 이런 참사가 일어날 때마다 유가족들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개념 있는 척, 친한 척, 착한 척하는 사람들은 그만 사라져줬으면 한다.

너무도 비극적인 세월호 사고이기에, 이름 없이, 사진 없이 유가족들 뒤에 조용히 서 있으면 얼마나 보기 좋을까. 지금은 예수님을 잃고 의심과 두려움 속에 있었던 도마처럼 조용히 엎어져야 할 시기다. “나의 주, 나의 하나님이시여!”(요 20장 28절)

김형민 대학연합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