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쿠키뉴스] 바이블시론-김형민: 정치선진화 국민에게 달려있다 (2015. 4. 10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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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6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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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차 체코의 프라하에 왔다. 수년 전 여름에 왔었고, 이번엔 봄에 왔다. 잠시 왔다가 사라져버린 민주화시기를 ‘프라하의 봄’이라 부르는데, 정말 체코의 봄은 짧다. 1968년 혁명의 지도자였던 알렉산드르 둡체크는 그 당시 소련에 의해 망명길에 올라야 했지만, 역사는 그의 편이 돼 주었다. 한국에도 봄이 왔다. 체코처럼 어렵게 민주화를 이루었고 1인당 국민소득이 체코보다 1만 달러 많은 경제 선진국이 됐다. 해외에서 보면 국내에서 보는 것만큼 한국이 작지가 않다. 희망이 넘친다. 단 한 가지만 노력한다면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간단하다. 우리끼리 싸우지만 않으면 된다.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인 우리나라는 다들 잘하면서도 서로 만나면 잘했다는 게 없다. 그냥 여야가 밤낮 싸우고 또 싸운다. 또 그 안에서 자기들끼리도 만날 싸운다. 국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 만나보면 얼마나 괜찮은지 모른다. 그런데 모이기만 하면 생각이 나뉘고 싸우기 시작한다. 이게 뭐지 싶다. 정말 싸우지 않으면 정치란 불가능한 것일까. 정치는 국민을 위해서 하는 것인데 왜 그러는지 알 수가 없다.

최근 여야 모두 소득을 따지지 않고 무차별 혜택을 주는 것은 불합리하니 저소득층에게 맞춘 정책을 만들자는 것에 서로 동의했다. 하지만 다 말만 할 뿐, 방법은 제시하지 못하고 그냥 싸움만 한다. 잘못하면 오세훈 전 서울시장처럼 될까봐 걱정인가 보다.

싸움하는 정당 지지하지 말자

지식은 있는데 용기가 없는 것이다. 지금 “한 알의 밀알이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요12:24)는 성경의 말씀이야말로 해답인 것이다. 하지만 정치인은 죽으려 하지 않는다. 국가의 미래가 어떻게 될 줄 알면서도 국민을 속이며 정치생명을 유지하려 한다. 서로 떠넘기기 바쁘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각 정당도 개인도 이때가 기회다.

자리를 내놓을 각오를 하고 국가의 앞을 내다보고 바른말 바른길을 제시하는 의원이 나온다면, 그가 다음 정권의 주자가 될 것이다. “정말 우리를 위해서 일하는구나!” 하고 국민들이 알게 된다면 그를 포청천이라 부르고 따라갈 것이다. 하지만 여론의 작은 비판에도 지킬만한 신념 하나 없이, 다 같이 흔들리는 우리 정치인들의 수준 속에 한국의 리콴유는 아직 요원하기만 하다.

신념의 지도자 필요하다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된다.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통찰력은 민주화 이후 많이 성장했지만, 정치인들은 별로 성장한 것 같지 않다. 덴마크는 지난 30년간 국회에서 소리를 지르거나 손가락질을 하는 의원이 한 명도 없었다는 얘기가 현직 국회의장의 입에서 나왔다. 덴마크 같은 정치선진국이 되는 게 지금 당장이야 어렵겠지만, 우리도 서서히 그리로 나아가야 한다. 정치 빼고 모두 선진국인 대한민국 아닌가.

얼마 전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에서 물러난 문희상 의원의 고별인사가 생각난다. 싸우지만 않아도, 자신이 비대위원장으로 있었던 137일 동안, 정당 지지율이 13∼16%에서 30%까지 두 배로 올라갔다고 고백했다.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지 않고 대화를 시도한 결과라고도 했다. 싸움 안 하는 정치에 국민들이 손을 들어준 것이다. 우리 국민들의 탁월한 선진국형 선택이다.

국회 안에는 1980년대 민주화 개혁을 위해 싸워왔던 자랑스러운 분들이 많다. 하지만 이제는 국민들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각자의 잇속을 챙기는 일들을 서슴없이 하고 있다. 정치는 단거리 경주가 아니고 마라톤이다. 코앞의 정치적 계산이나 말로 상대를 죽이려는 버릇을 버리고, 국민들이 원하는 것을 따라가야 할 것이다. 한국의 정계에도 봄은 반드시 온다.

김형민 대학연합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