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쿠키뉴스] 바이블시론-김형민: 우리나라에 재앙 DNA가 있다 (2014.5.23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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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6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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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지인과 함께 차를 마시는데 그에게 전화가 왔다. 전화한 사람은 지난번 해경 수사국장을 지내다 경질 당한 이용욱이라는 사람이었다. 지인은 그와 같은 교회에 다니고 있다고 했다. 복음적인 교회의 장로로서 방송계에서 존경을 받는 지인은, 이용욱 국장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를 들려주었다. 남전도회에서 오랫동안 같이 활동해 온 사람으로서 인품이 깊고 신실한 사람이라고 했다. 17년 전 구원파에 있었던 것에 대하여 후회하며, 세모에서 겪고 보았던 것에 대하여 치를 떨고 그곳에서 나왔다고 했다.

아무튼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그는 아주 좋은 기독교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검찰에서도 그가 구원파와 아무 연계가 없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음이 착잡했다. 물론 지금은 많이 잠잠해졌지만, 그동안 언론에서 쏟아낸 많은 이야기들은 무엇이었는가 하는 의문이 생겼다. 국민과 유족들의 정서를 생각할 때 경질된 것은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다지만, 도대체 한국 교계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고 대변하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99마리 양을 놓고 한 마리 어린양을 위해 달려가셨던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교세보다 더 큰 것이 ‘길 잃어버린 한 영혼’을 보호해 주는 것이 아닌가! ‘적어도 그가 이단이 아니며 참 기독교인’이라는 것을 인터뷰를 자청해서라도 보증해 주어야 했다. 교회 안에는 불교 등 각종 종교와 수많은 이단들에게서 돌아온 사람들로 가득하다. 과연 다른 종교에서는 이런 경우 어떻게 할지 추이가 궁금해진다.

‘사람의 말’ 두려워해서야

우리 기독교는 요즘 하도 돌을 맞고 얻어맞아 어디 대놓고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이런 민감한 시기에 제 식구 감싸기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앞으로 교회는 정의를 지키기 위해 바른소리 하기가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대한민국은 두려움의 영에 꽉 차 있다. 높은 사람부터 낮은 사람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의 말을 두려워하여 꼼짝을 하지 못한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말을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비난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국민을 두려워해야지 사람의 말을 두려워해서 되겠는가! 이런 토대에선 충신도 개혁자도 영웅도 나오기 어렵다.

살고자 하니 죽어간다!

국가에선 제도만 바꿔서 될 일이 아니다. 사람들의 마음이 바뀌어야 한다. 세월호 사건이 천재(天災)가 아니라 인재(人災)라고 말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골든타임을 놓치고 금싸라기 같은 우리 아이들을 바다에 수장시키고 만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분통이 터지고 눈물이 쏟아진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재앙을 다시 유발시킬 수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DNA가 우리 내면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두려움이요, 더 나아가면 책임 회피요, 더 들어가면 ‘주체’가 없다는 것이다. 다들 두려워 몸을 사리는데, 대체 누가 책임질 주체인가!

바벨론 시대 이스라엘에서 포로로 끌려온 세 명의 청년이 있었다. 사드락, 메삭, 아벳느고였다.

느부갓네살 왕은 자기를 숭배하는 금신상 앞에 절을 하지 않으면 그들을 화형시키기로 했다. 그때 세 사람은 이렇게 대답했다. “왕께 대답할 필요가 없나이다!”

“사람의 말을 좆을 것인가! 옳은 것을 좇을 것인가!”에 그들은 단호했다. 욕하면 욕먹으면 그만이고, 왕이 버리면 버림받으면 그만이고, 꼭 죽어야만 한다면 죽겠다고 하는 단호함이다. 이순신 장군의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則生 必生則死)가 떠오른다. 죽고자 하면 사는데, 다 살고자 하니 죽어간다. 과연 이 시대의 사드락, 메삭, 아벳느고는 어디에 있는가!

김형민 대학연합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