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쿠키뉴스] 바이블시론-김형민: 국군포로에도 관심을 (2014.6.13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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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6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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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탈북자 한 분이 교회를 찾아왔다. 국군포로의 딸이었다. 이북에서 온 가족이 예수님을 믿고 있었고 혼자 이남으로 탈출했다. 두고 온 자식들이 있어 아이들을 데리고 나오라고 이북에 있던 남동생에게 부탁했다. 그런데 남동생이 술에 취해 강을 건너기 직전 아이들을 놓쳐버렸다. 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떻게 그런 상황에서 술을 먹을 수 있었는지 내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목사님, 제 동생은 아버지가 국군포로라는 이유로 부자(父子)가 함께 핵을 만드는 우라늄광산에서 일을 했어요. 보호할 만한 옷도 장비도 없이 맨손 맨몸으로 우라늄을 만지다가 중독되어 고통 때문에 술 없이는 살 수가 없는 사람이 되었어요.”

막연하게 개념적으로만 이해해온 북한의 인권이 처음으로 가슴에 부딪혀왔다.

6·25 때 청년 12만명 잡혀가

이렇게 전쟁 때 포로로 잡혀간 청년들이 12만명이다. 어느 집, 누군가의 귀여움 받던 아들이, 또 늠름했던 신랑이, 살아있는지 죽었는지도 모른 채 60년이 흘렀다. 가족 중에 한 사람이 죽을 때 얼마나 많은 사람이 슬픔과 아픔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지 세월호 사건을 통해 우리 모두가 경험을 했다. 6·25 당시 국가를 지키느라 돌아오지 못하고, 어느 산속 어느 바닷속에서 죽어간 수만명의 젊은이들을 생각해 보라! 그들도 한때는 세월호 아이들처럼 귀엽고 평범한 학생이었고 꿈을 키워갔던 청년이었다.

수년 전 우리 교회에 나오는 대학생들과 교수님들을 팀으로 조직해 국가유공자와 가족들을 위해 봉사하게 한 적이 있다. 일 년 동안 학생들이 쌀 헌금을 하고 반찬 헌금을 하여 그분들을 섬겼다. 돈으로만 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 같아 직접 밥을 짓고 설거지를 하게 했다. 수업이 없는 시간에 동대문 보훈회관으로 달려가 젊은이들이 점심밥을 차려드렸다. 그리고 후에 교회의 어른들도 참여하기 시작했다. 그 당시 보훈회관 회장으로 계시던 분이 울면서 이렇게 말한 것이 기억난다. “우리를 잊지 않아줘서 고맙습니다!”

잊혀지는 게 가장 큰 슬픔

지금까지 한국에 들어오신 국군포로가 81명이고 현재 살아계신 분은 51명이다. 청년 때 헤어졌던 그리운 어머니 아버지도 다 돌아가셨고, 지친 노구를 돌봐줄 친척도 없다. 제 부모 모시기도 싫어하는 이 시대에 60년 후 유령처럼 돌아온 친척을 누가 거두겠는가! 그래도 다행히 이들을 위해 요양원을 짓는다는 곳이 있다기에, 지난해 말 추수감사예물로 모았던 헌금을 보내드렸다. 우리 목숨과 국가를 지켜주신 하나님께만 감사할 것이 아니라 생명을 바쳐 오늘의 우리가 있게 한 그들도 잊지 말자는 뜻에서 시작한 일이었다.

올해 우리나라 보건복지 예산이 105조9000억원이다. 국방 예산이 35조8000억원이라고 볼 때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선진국이 되어 가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국가를 위해 목숨 바친 젊은이들의 시신을 땅 끝까지라도 추적해 찾아오는 그런 국가이어야만 한다. 복지 예산의 많은 부분이 배부른 우리 아이들의 밥값으로 쓰여지는 현실 앞에 감히 대한민국에 고한다.

누구나 다 늙는다. 다 한때 청년일 뿐! 지금의 청년들이 있게 하기 위해, 60년 전 ‘피 거름’이 되어 주고, ‘목숨 값’이 되어준 또 다른 청년들을 잊지 말라! 잊혀지는 것보다 슬픈 것은 없다! 60년을 한시도 잊지 않고, 매일 마음속으로 대한민국을 ‘어머니’라 부르며, 생명을 걸고 돌아온 그들이다. 부디 그들을 귀찮아하지 말고 진심으로 환영하라! 그리고 명예스럽게 복지하라!

“울며 씨를 뿌리러 나가는 자는 정녕 기쁨으로 그 단을 가지고 돌아오리로다.”(시편 126:6)

김형민 대학연합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