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쿠키뉴스] 바이블시론-김형민: ‘갑질’ 반성 안 하는 일본 (2015. 1. 9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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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6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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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화를 꿈꾸는 대한민국이 ‘조선시대로 돌아가는 건 아닌가’ 하고 착각이 든다. 재벌집 따님의 땅콩회항 사건, 백화점 알바생 폭행사건 등 끝이 보이지 않는다. 그 가운데 의도적으로 ‘갑’ ‘을’ 갈등을 확대 해석하는 사람도 있고, 모든 관계를 강자 약자로 구분하려는 위험한 시도도 있다. 하지만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것도 아니다. 그동안 무고히 희생된 ‘을’들을 위해, 모든 국민이 그들의 피눈물을 씻어주고 ‘신문고’가 되어준 것이다. 참 고마운 일이다. 그런데 이것이 개인뿐 아니라 국가 간에도 엄연히 존재한다.

아베정부의 몰염치한 역사인식

이번에 갑질하는 사람들의 행동은 대체로 사과하기보단 변명을 하고, 그리고 마지막에 마지못해 사과를 한다. 그래서 일을 더 키우고 사회적 갈등도 깊어졌다.

지금 한·일 관계가 그와 같다. 일본이 갑이라는 뜻이 아니다. 일제시대에 갑질하던 그들이 우리나라에 큰 상처를 주고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아베정부는 들은 척 만 척한다. “나는 사람이 아니무니다!”라고 빗대어 말한 개그가 생각난다. 도대체 그들의 심리는 왜 그렇게 다른 것일까. 남에게 끼친 고통에 대해 책임은 못 져도, 인정은 해야 될 것 아닌가. 국제사회의 규탄에도 일본은 움직이지 않는다. 왜일까. 천황을 위해 일했으니 당연하다고 여기는 과대망상증인가. 아니면 그 당시 매춘업자들이 동원한 일이라면서, 천황의 체면을 지키기 위한 오리발 작전인가. 혹은 배상하기 싫어서 늘어놓는 궤변인가. 분명 그 안에 해답이 있다.

일본 문화는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에 대해 극도로 책임을 묻고, 사죄해야 하는 문화코드가 있다. 그런데 그렇게 많은 한국 사람의 생명을 빼앗고 731부대 생체실험 같은 사이코적 행동을 했으면서도 책임도 사죄도 하지 않는 그들은 어떤 정신세계 속에서 사는 사람들인가. 성경에 이런 말씀이 있다. 심은 대로 거두리라!

새로운 외교 패러다임 필요하다

얼마 전 일본 목사님이 교회를 방문했다. 놀랍게도 그는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으며, 흐느껴 울었다. 쓰나미, 핵 유출, 지진이 몰려와도 과거의 죄악을 참회할 줄 모르는 일본을 하나님이 어떻게 하실지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부분 일본 국민은 일본이 한국에 어떻게 했는지를 배운 적이 없다고 했다. 본인도 한국에 왔다가 우연히 알게 되었으며 무엇보다 조선의 왕비에게 너무 죄송하다고 이야기했다.

작년 10월 8일, 일본의 전·현직 교사들이 한국을 찾았다. 명성황후를 생각하는 모임이었다. 2005년부터 그들은 매년 명성황후가 묻혀 있는 홍릉을 방문했다. 그들은 퇴직금을 아껴 한국에 열 번 이상 다녀갔으며 현재 60여명의 회원이 있다고 했다. 그들은 명성황후의 묘 앞에 무릎을 꿇고 우리가 죄인이라며 울부짖었다. 그들이 더욱 미안해하는 것은 고궁을 방문할 때마다 한국인들이 따뜻하게 대해준 것이라고 했다. 아베정부에 기대할 것이 없지만, 한·일 수교 50주년에 우리가 기대해야 할 사람들이다.

30여년 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을 때 일본 대학생들을 전도해 집에서 재워준 적이 있었다. 우연히 위안부 이야기가 나왔는데, 학생들이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명성황후 시해 사건에 대해 이야기할 때 아이들이 무릎을 꿇고 “조상들의 죄를 용서해 달라”며 눈물을 흘렸다. 이것이 그들의 주군(主君)문화다. 일본은 우리의 상처를 알지 못하고 우리도 그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한·일 수교 50주년인 올해, 이제는 새로운 외교적 소통이 필요하다. 독도와 위안부라는 이슈와 함께 보다 주도적이고 전략적인 외교를 해야 할 때이다. 이것이 세계 역사를 움직이는 대국으로 가는 길이다.

지금처럼 한·일 관계가 평행선으로 가서는 아무 유익이 없다. 한류를 일으킨 젊은이들이 사라진 명성황후의 시신이라도 메고서 일본의 다음 세대에게 나아가야 할 것이다.

새로운 외교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명성황후 그리고 다음 세대가 답이다!

김형민 대학연합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