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쿠키뉴스] 바이블시론-김형민: 현수와 홀트 (2014.4.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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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6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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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현수라는 아이가 미국으로 입양되면서 죽은 사건이 있었다. 그러자 여러 사람들이 “아예 입양을 보내지 말자. 이게 무슨 수치냐?”면서 홀트아동복지회를 비난하고, 입양금지법을 추진하고 있다. 6·25전쟁 직후 홀트라는 미국인이 그 당시 자신의 전 재산인 10억원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고, 우리 아이들을 지켜주는 데 사용했다. 무려 18만명이나 되는 고아들을 보살폈고, 8명의 고아들도 자신이 직접 입양을 했다.

홀트의 딸, 말리 홀트도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서 시집도 안 가고, 57년 동안이나 고아들을 돌보거나 입양시켰다. 최근 말리 홀트가 암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데 마침 어떤 단체에서 5000만원과 함께 사회공헌상을 주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돈을 내어놓았다. 현재 그녀는 3평짜리 방바닥에 이부자리를 깔고 병과 싸우며 생활을 하고 있다.

입양금지법은 좀 더 신중하게

아이를 입양한 외국인들이 떠나기 전에, 한국 목사의 축복기도라도 받게 하고픈 마음으로 우리 교회를 찾는 경우가 자주 있다. 친부모로부터 버려진 병약한 아이들이나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주로 오는데, 양부모들이 막대한 수술비용을 감당하는 경우도 많다. 손가락이 세 개밖에 없는 아이를 꼭 껴안으며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라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부끄러울 때가 많다. 예쁘고 귀여운 아이들을 선호하는 우리나라 입양자들과는 사뭇 다르다. 입양자의 입장보다 아이들 편에서 “보호해 주고, 사랑해 주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시작된 것이라 가능한 일일 것이다.

물론 현수의 케이스처럼 다시는 일어나지 말았으면 하는 슬픈 일들이 있지만, 통계적으로 친부모의 방임과 학대가 양부모의 케이스보다 더 많다는 현실을 감안할 때 입양금지법은 조금 더 고려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현재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말리 홀트가, 돌아가신 아버지를 향해 괴로운 중에 이런 독백을 했다. “아버지! 그때 후원이나 하시지, 왜 이 땅의 고아들을 입양하셨나요?” 제가 어렸을 때 아버지는 자주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물질적인 부요보다 옳은 일을 하는 것이 진정한 하나님의 축복이라고. 그리고 버려진 고아를 키우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아버지! 아버지께서 지금 살아계시면 제게 뭐라고 충고하실까요?” 그러자 마치 아버지께서 딸 말리 홀트에게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아이들이나 잘 키워라!”하고 책망하시는 것 같았다고 고백했다.

지구 최초의 입양자 하나님

“경건은 과부와 고아를 환난 중에 돌보는 것”이라고 성경은 말씀하신다(야고보서 1장 27절). 예수님께서 이 땅에 계실 때 약자는 항상 주님 마음의 중심에 있었다. 지금 한국교회는 부활절을 앞두고 사순절을 지키고 있다. 지구 최초로 입양에 관심을 가지고 예수님을 이 땅에 보내사 우리를 ‘입양 구원’하신 분이 하나님 아버지시다. 올해 부활절 각 교회들이 특별한 연합예배들도 계획하겠지만 사회 곳곳으로 흩어져 이 사회의 약자들이 ‘왜 아픈지, 왜 우는지’ 예수님처럼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한다.

무조건 고아 수출 국가라며 우리 얼굴, 우리의 자존심만 운운하지 말고 만일 입양을 반대한다면 앞으로 이 아이들을 어떻게 돌볼 것인가 하는 문제도 교회가 함께 고민해 주었으면 한다. 우리 사회, 버려진 아이들의 미래에 대해 아파하며 연구하는 단체들과 국회의원들에게 감사드린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예수님이 주인 된 교회가 먼저 나서줘야 할 일이 아닌가! 나는 기대한다. 아까운 생명 ‘현수의 목숨 값’이 헛되지 않도록 입양에 대한 바른 선택이 이루어지기를!

김형민 대학연합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