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형민 (5) 사활 건 중동선교의 교훈 ‘담대함을 잃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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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작성일
2021-01-26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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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오영택 목사의 병이 낫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지하교회는 날로 부흥되어 갔다. 현지에서 몇 년간 사역하면서 중동선교가 어려운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유창하게 아랍어를 구사하고, 복잡한 이슬람교를 제대로 이해하는 선교사를 어릴 때부터 키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중동문화권에 맞는 느긋한 성품과 무장된 무슬림들에 맞서 싸울 수 있는 담대함을 갖춘 전문선교사가 필요했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중동선교만 전문적으로 훈련시키는 학교를 세워야겠다고 결단했다.

신학생들을 현지에서 훈련시키기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이를 위한 신학교와의 네트워크를 준비 하고, 건물 임대와 법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유럽과 미국에서 집회를 하면서 유럽신학교 연맹과 미국의 신학대학과의 협의도 이끌어냈다. 중동선교훈련을 여름학기 커리큘럼에 넣고 사우디 현장에서 신학생들을 훈련하기로 했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그러던 중 우리가 성경 배포 작업을 한다는 소문을 들은 미국 CCC가 영화관이 없는 중동 땅에 예수님의 생애에 관한 비디오를 배포해 달라고 부탁해왔다. 우리 교회에서 복제 기계의 구입을, 네덜란드 선교사가 비디오 복사를, 그리고 교인들과 필리핀 선교사들이 배포를 담당하기로 했다. 그러던 중에 함께 동역하던 네덜란드 선교사 한 분이 비디오를 복사하던 지하공장에서 체포됐다. 사우디의 지하 감방에 구금돼 있던 그 선교사는 이후 우여곡절 끝에 미국 CIA에 의해 구출됐다.

연이어 동역하던 집사님 한분이 체포됐다. 쪽복음 성경을 비밀리에 현지인들에게 배포하다가 사우디 종교성 산하의 정보부에 들킨 것이다. 해결 방법을 찾지 못하던 중 기적적으로 미국 상원의원 두 사람과 연락이 닿게 됐다. 전혀 알지 못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짠’하고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당시 사우디 정부는 성경을 가르치던 필리핀 노동자 두 명에게 마약 혐의를 덮어씌워 할라스 광장에서 공개처형했다. 본격적인 기독교 탄압이 시작된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전혀 굴하지 않고 교회의 모든 프로그램, 즉 주일예배를 비롯한 새벽예배 금요예배 수요기도회 성경공부모임 등을 가동했다. 금방이라도 발각될 위험에 처해 있었지만, 하나님께서는 계속 ‘담대하라!’고 말씀하셨다. 사도행전 12장에서 베드로가 감옥에 갇혀 있을 때 그의 제자들이 마가 요한의 집에 모여 합심해 기도한 것처럼 우리 모두는 에스더의 ‘죽으면 죽으리라’는 마음으로 모여 기도에 힘썼다.

새벽마다 전 교인들을 독려하자 주일학교 어린이들까지 새벽예배에 참석했다.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이던 주일학교 어린이를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어느 날 새벽기도 시간에 할 얘기가 있다던 그 아이는 눈물이 가득 고인 채 내게 다가와 “할라스 광장에 붙잡혀 가도 저는 끝까지 예수님 부인 안할 자신 있어요. 목사님, 하지만 저희 아빠는 어떡하지요? 아빠는 신앙이 아직 약하니까, 예수님 부인하지 못하게 목사님이 끝까지 붙잡아 주세요”라는 놀라운 고백을 하는 것이다. 초등학생의 이러한 담대함은 기도로 무장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런 새벽기도 정신은 지금까지도 대학연합교회 최고의 전통으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그 후 경찰이 급습해 교회가 폐쇄되자, 우리 모두는 광야로 피신했다. 그곳에서도 우리는 매일 모여 기도에 힘썼다. 그런데 놀랍게도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특명을 받은 미국무부 차관보가 사우디에 와서 종교성 장관을 만나게 되었고, 종교성은 우리 교회에 예배를 허락하는 기적이 일어났다. 아랍 국가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하나님이 하신 것이었다. “그러므로 너희 담대함을 버리지 말라 이것이 큰 상을 얻게 하느니라.”(히 10:35)

정리=정수익 선임기자 sag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