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쿠키뉴스] 바이블시론-김형민: 아픔 헤아려주는 언론이라야 (2014.7.4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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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6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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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를 구하지 마세요. 우린 이미 당신들에게 많은 빚을 졌습니다!”

브라질월드컵에서 조별예선 탈락한 스페인 선수들을 위해 스페인 신문 1면에 쓰인 기사다. 울며 퇴장하는 선수들의 사진보다 그 타이틀이 훨씬 눈길을 끌었다. 우승후보 0순위였던 스페인 팀이었고, 그래서 스페인 국민들에겐 더더욱 충격이 컸을 것이다. 세계 축구계의 무적함대, 스페인이 아닌가! 하지만 언론의 힘이란 놀라웠다. 역사의 숙적인 네덜란드에 1대 5로 대패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그 젊은이들을 무조건 끌어안았다. 그리고 ‘팩트(fact) 자체보다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스페인 언론에 세계가 주목했다. 남의 실수와 불명예에 집착하는 우리를 깨우쳐주는 기자 아니, 현자(賢者)의 글이 아닌가!

최근 ‘임 병장 사건’으로 세월호 이후 또 한번 놀란 가슴을 쓸어 만져야 했다. 뉴스를 보는 내내 밖에는 천둥 벼락까지 치고 이게 뭔가 싶은 게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홧김에 씻을 수 없는 큰 죄를 지었지만, 살인마도 아들이기에 임 병장의 아버지는 “죽지 마라!”며 투항을 권유했다. 어차피 살아 내려와도 사형일 텐데, 어떻게든 아들을 살려 보려고 빗속에서 하소연하는 아버지 때문에 가슴이 아팠다.

까발리기 일색으로 변질됐으나

하는 일이 목사인지라 마지막 한 사람이라도 멸망치 않기를 원하시는 십자가 지신 예수님이 생각났다. 아무튼 임 병장은 자살을 시도했지만 생포되었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런데 호송하는 단계에서 문제가 생겼다. 국방부의 지시였는지 병원의 편리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응급실 뒷문으로 위장하고 들어간 것이 들통난 것이다. 처음 보도가 나올 땐 수긍이 가고 정직하지 못한 처사에 화도 났다. 그런데 하루 이틀도 아닌 같은 뉴스를 1주일 동안 접하면서 대상을 알 수 없는 짜증스러움 같은 것이 속에서 올라왔다. 그러지 않아도 경주 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 세월호 사태 등 끊임없이 아이들과 관련된 큰 사건에 온 국민이 우울증에 걸릴 지경이었다. 국민들을 정보로 독점하려는 경쟁보다 상처받은 국민들의 마음에 다가와주는 따뜻한 언론이 되어주면 얼마나 좋았을까!

과거 우리 언론은 사실보도의 왜곡을 강요당했고 어용 언론들이 등장했다. 군부 독재시절, 그들은 국민들의 눈과 귀를 빼앗았고 국민의 알권리를 도둑질했다. 지금은 언론의 힘이 커지면서 한국의 언론은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을 보도했던 기자보다 더 용감하고 예리하다. 하지만 문제는 그 예리함이 지나쳐 인간미를 잃어버리고 비난만 있을 뿐 국민들을 위한 통합, 치유, 수용의 가치를 잃어가고 있다. 최근 언론이 까발리기 일색으로 변질되면서 그 증상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났다.

그 하나가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 사퇴가 아닌가! 말이란 앞뒤 몇 마디만 잘라내도 부풀려지거나 둔갑되고 만다. 진실보도보다는 ‘언론을 위한 언론, 언론에 의한 언론, 언론의 언론’으로 공정성을 잃어가고 있는 언론이 두렵다. 언론이 이처럼 이기심을 갖기 시작한다면 이것보다 무서운 것은 없다. 결국엔 누구도 비판할 수 없게 되고, 사회를 정화시키는 언론의 순기능을 잃게 될 것이다. 그것이 우리 사회가 어떤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할 일인 것이다.

진실과 사랑으로 대해 줬으면

올해 우리 국민들이 많이 지쳤다. 한 해의 반이 아픔과 슬픔 가운데 지나갔고, 지금부터 위로받고 힐링만 해도 부족할 것이다. 성경에 나오는 이스라엘의 왕 다윗은 “중심이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자”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 말은 하나님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헤아리기 때문에 붙여진 호칭이다. 부디 언론은 다윗이 하나님을 대하듯 국민의 마음을 ‘진실과 사랑으로’ 헤아려주길 진심으로 기대한다.

김형민 대학연합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