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쿠키뉴스] 바이블시론-김형민: 격탁양청의 명분보다 국민! (2014.8.15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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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6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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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영국인들과 식사를 하다 넬슨 제독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넬슨의 영웅됨을 이야기할 때 나 또한 밀릴세라 이순신 장군이 얼마나 훌륭한지를 설명했다. “넬슨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나폴레옹 함대를 물리쳤으나, 이순신 장군은 어떤 후원도 받지 못한 채 백의종군했기에 좀 더 훌륭하지 않은가!”하며 유치한 논쟁을 벌였다. 영국인들은 그렇게 훌륭한 장군을 왜 국가가 후원하지 않았는가를 내게 되물었다.

우리 역사의 수치를 말하고 싶지 않아서 “서자 콤플렉스가 있던 선조가 이순신 장군이 워낙 훌륭해 몹쓸 짓을 한 것 같다”고 우매한 대답을 했다. 그러면서 이순신 장군 같은 사람들을 생고생시키지 않고도 영웅으로 만들 수 있는 나라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엘리자베스 1세 여왕과 해적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지 자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수개월 전에도 국민을 살리는 정치가 새 정치라고 강조했었다. 이 말은 대통령뿐 아니라 여야가 밤낮으로 쏟아내는 말이다. 도대체 이 말들을 알고 쓰는 것인가!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 여왕 때 스페인과 큰 전쟁이 있었다. 대서양 지중해 인도양을 향한 패권싸움이었다. 여왕은 큰 모험을 했다. 프란시스 드레이크라는 해적의 선박을 직접 찾아가 최고 명예인 기사 작위를 주고 국민적 영웅으로 만들었다. 그 당시 해군력이 우세했던 스페인은 드레이크를 해적 두목 정도로 보고 체포령을 내렸을 때였다. 하지만 여왕은 영국 전부를 잃느냐, 얻느냐 하는 싸움에 그를 영국의 공식 해군 제독으로 임명했다. 결국 전쟁에 크게 이겨 ‘해가 지지 않는 영국 400년’의 역사에 기초를 놓았다. 후대의 넬슨 제독도 해밀턴 부인과의 스캔들로 물의를 일으켰으나 장점만 붙잡고 써서 세계의 영웅으로 만들었다.

지금 우리는 이처럼 장점을 기준으로 사람을 쓰는 시야와 시스템이 필요하다. 과거의 이순신 장군만 추앙할 일이 아니다. 현재 우리는 수백년 전의 정치 현실이 재현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선조시대 격탁양청(激濁揚淸:탁한 사람은 물리치고 맑은 사람을 우대한다)을 명분으로 동인과 서인이 피 터지는 싸움을 했다. 요즘의 정치도 그때처럼 격탁양청을 표방하며 당파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국민들이 이를 혐오해 영화 ‘명량’에 대리만족할 때 국민들의 아픔을 헤아려 정치인들은 석고대죄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은 여냐 야냐가 아니라 누가 국민을 위한 파냐 아니냐에 따라 표를 찍어주는 지혜로운 국민이 되어가고 있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이때야말로 위대한 정치인이 나올 만한 시기다.

장점을 기준으로 사람 써야

성경에 바리새인에 대해 예수님께서 책망하셨다. 회칠한 무덤이라며 그들의 이중성을 꾸짖으셨다. 종교의 기득권을 잡고 자기는 옳고 다른 사람들은 틀렸다고 말하는 자들이었다. 좋은 것은 보지 않고 안 좋은 것만 기억하는 사람들이었다. 시야가 좁았으며 그들이 바라보는 방식도 빛에서 보는 것이 아니고 늘 어둠 쪽에서 보는 방식이었다. 바리세인과 같은 정치인들이 사라지고 국가의 유익을 위해 힘 쏟는 정치인들이 일어나야 국가의 손실을 막고 선진국으로 돌입할 수 있을 것이다.

싱가포르의 리콴유 총리가 2006년도에 했던, 한국을 향한 뼈아픈 충고가 생각난다. “한국은 쓸데없이 낭비되는 에너지를 세계시장을 공략하는 데 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나라들에 일자리들을 빼앗길 것이다. 조만간 중국과 인도가 한국을 따라잡을 것이다.” 최근 중국의 샤오미가 중국 내에서 삼성 스마트폰을 제치고 1위를 했다. 리 총리의 예언이 이뤄지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다. 과연 박근혜 대통령이 그녀의 모델인 엘리자베스 1세처럼 새 정치를 할 수 있을까. 정말 기도가 필요하다.

김형민 대학연합교회 담임목사